[연재] "섹스를 안 했는데 강간이라니요?"

총괄관리자
발행일 2023.05.05. 조회수 88
 
[얼룩소 정기연재 "벌거 벗은 남자들: 새로 쓰는 남성 섹슈얼리티"]
6화 <섹스를 안 했는데 강간이라니요?>가 얼룩소에 업로드 되었습니다.
이번 주제는 "시선의 권력과 폭력"입니다. 많이많이 읽고 널리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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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연웅의말
...(전략)
시선은 분명한 권력이다. 시도 때도 없이 꺼내놓는 보잘 것 없지만 폭력적인 그것은 분명한 의사와 방향을 가지고 대상을 향한다. 동성 커플이 손을 잡고 다정하게 걸어가면 지나친 후 살짝 뒤돌아보는 눈길이 따른다. 흘깃. 외국인이 지나가면 누군가 슬그머니 쳐다본다. 흘깃. 휠체어를 탄 사람이나 목발을 짚는 사람이 대중교통에 타면 슬쩍 쳐다본다. 흘깃. 지나가는 여성의 신체를 흘깃거리는 남성의 시선. 흘깃. 흘깃하고 지나가는 이 모든 것이 시선으로 저지르는 권력 행위이자 차별과 폭력이 된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해 시선을 통해 한 번 더 짚어내는 그 행위가 곧 그 사람의 정체성을 찍어내며 사회와 구분짓는 일이 되는 것이다.
 
지나가는 여성의 신체를 함부로 훑는 남성의 시선. 그 시선이 카메라에 담기면 불법 촬영이 된다. 그 시선이 모여 단톡방에서 여성을 품평하고 성희롱하며, 그 시선이 만든 ‘불법 촬영물’을 서로 돌려 본다. 최근에는 이러한 시선으로 자신의 지인이나 동료를 음란물과 합성해 인터넷에 유포하는 ‘지인능욕’도 존재한다. 이 시선들은 여성을 인간으로 보는 것이 아닌 성욕과 소유의 대상으로 구분하며 ‘대상화’ 한다. 이때 ‘대상화’는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는 존재를 ‘대상’으로 격하하거나 폄하하는 것이다. 그것은 곧 폭력이고 혐오다. ‘사람을 물건 다루듯이 하면 안 된다’는 표현 역시 이러한 맥락인 것이다. 여성을 성적 대상이자 소유의 대상, 지배의 대상으로 보는 그 시선은 여성에 대한 ‘대상화’이며 곧, 시선으로 행하는 ‘폭력’이 된다. 앞서 우리는 여러 사례를 통해 어떤 존재가 ‘대상화’ 되었을 때, 얼마나 쉽게 더 큰 폭력에 노출되는지 함께 보았다.
 
‘섹스를 안 했는데 강간이라니, 말이 안 된다’고? 많은 이들이 불편해 하는 ‘시선 강간’이란 명명은, 단순히 ‘쳐다보는 것만으로 강간이 성립된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고안된 표현은 분명 아닐 것이다. 흘깃거리고 훑어보고 뚫어져라 보는 그 시선을 통해,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는 존재를 소유와 욕정의 대상으로 격하시키는 일이 얼마나 폭력적인 일인지, 그러한 대상화가 얼마나 끔찍한 폭력의 전조 현상이 될 수 있는지 경고하기 위한 표현이 아닐까. ‘시선 강간’이라는 표현이 과하다고 느껴진다면 ‘시선 폭력’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경각심을 갖는 일이다.
...(후략)
 
* 얼룩소 정기연재 "벌거 벗은 남자들: 새로 쓰는 남성 섹슈얼리티"는 남함페 4명의 활동가가 번갈아가며 연재하고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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