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리얼돌,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만 했나"

총괄관리자
발행일 2023.05.05. 조회수 150
 
[얼룩소 정기연재 "벌거 벗은 남자들: 새로 쓰는 남성 섹슈얼리티"]
5화 <리얼돌,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만 했나>가 얼룩소에 업로드 되었습니다.
이번 주제는 "리얼돌"입니다. 많이많이 읽고 널리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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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정민의말
지난해 12월 26일, 관세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리얼돌 수입통관 지침』이 개정・시행됨을 알렸다. 사실상 전신형 리얼돌의 수입, 유통의 활로가 열린 셈이다. 근거가 된 법원 판결문 중 ‘문란한 느낌을 주지만,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평가할 정도는 아니다’에서, 어떻게 더 표현해야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훼손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아함을 누른 채 자료를 찾았다. 이때 몇몇 포스팅을 훑다가 깜짝 놀란 대목은, 쿠팡에서 리얼돌을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말이었다. 국세청 창고에서 보관되던 리얼돌이 시중에 풀린다는 기사, 기다렸다는 듯 체험방이 운영될 거란 보도는 접했지만, 우리 집 현관까지 진입한 쿠팡에서 리얼돌과 만나리라 상상한 적 없었다. 가격도 천차만별, 수십만원부터 7백만원이 넘는 제품도 검색됐다. 두 번의 성인인증만 거치면 ‘프리미엄・플래티넘・명품’이라는 ‘인물’을 장바구니에 담아 소유할 수 있었다. 조사를 마치고 잠시 숨을 돌리는 내게 남은 생각은 이뿐이었다. ‘아니,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야?’
 
법적 허용 & 금지 이전에 따져볼 문제들
사실 수입・통관의 허용 여부는 핵심이 아닐 수 있다. 리얼돌은 이미 국내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쿠팡의 상품 후기를 통해 구매 시기를 확인해보니, 진즉 유통과 구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국내 공급에는 수입이 절대적 요인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또한 수입・통관의 논의는 ‘전신형 리얼돌’에 국한되어 있는데, 실상 여성의 특정 신체를 본떠 만든 ‘남성용 자위기구’는 오래전부터 판매되어 왔다. 나아가 이 제품 중 몇몇은 실제 일본 AV 배우의 신체를 본떠 만들었다고 홍보한다. 이는 리얼돌을 비롯한 남성용 자위기구가 포르노 및 성매매와 같은 성산업과 연결되어 있음을 뜻한다. 이는 또한 리얼돌이 한 사회가 여성을 어떤 존재로 대하는가, 여성의 몸을 어떻게 소비하는가와 관련한 문제임을 시사한다. 즉, 법적 금지에 관한 논의 이전에, 여성의 신체를 성적 도구로 전락시켜 소비하는 건 괜찮은지, 여성을 성적대상으로 규정해 남성의 성욕을 위해 ‘봉사’하도록 여겨도 되는지에 관한 최소한의 도덕적 물음이 있어야 한다. 설사 그것이 ‘물건’이라도 말이다.
 
이른바 리얼돌 논쟁에서 너무 쉽게 전제되는 사항은 ‘리얼돌은 사람이 아닌 인형’이라는 것이다. 이는 ‘인형이니 괜찮다’는 진술로 이어진다. 문제는 그것의 제작 기준이 실제 여성의 몸으로 설정됨에 있다. 리얼돌은 현실 여성의 신체와 유사할수록 높은 값이 책정된다. 2019년 리얼돌의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하라는 국민청원이 개재된 데는 실존 여성의 얼굴을 리얼돌로 제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합성 기술과 AI 안면인식을 활용해 ‘지인능욕’이라는 이름의 디지털 성폭력이 발생하는 작금의 현실을 고려하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염려였다(지인능욕 뿌리뽑기). 국민청원으로 표출된 분노는 리얼돌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을 넘어 현실 여성이 실체적인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위에 놓인 것이었다. 리얼돌에 담긴 여성의 성적대상화는 하나의 스펙트럼처럼 연속적 단계를 가지는 것 같다. ‘성매매&성산업 - 남성용 자위기구 - 전신형 리얼돌 - 실존 여성을 두고 제작한 리얼돌’의 도식처럼 말이다. 이 과정은 여성을 향한 남성의 지배 욕구가 노골화・실재화 되는 과정이다. 이처럼 리얼돌은 그 묘사와 구현 방식에 있어, 남성이 여성의 몸을 얼마나 사실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후략)
 
* 얼룩소 정기연재 "벌거 벗은 남자들: 새로 쓰는 남성 섹슈얼리티"는 남함페 4명의 활동가가 번갈아가며 연재하고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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