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망한 세상에서 책 읽기 북토크

총괄관리자
발행일 2023.04.21. 조회수 183

 

 

지난 3월 1일, 남함페의 책 읽기 소모임 '망세책'에서 <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 책의 저자이신 화숙 님과 함께 즐거운 북토크를 진행했습니다.
참여자 중 한 분은 "작가님이 안아주셨는데 평생 옷 세탁 안 할 생각이에요 ㅎㅎ 다음 책이 나오면 또 북토크 해요"라는 소감을 남길 정도로 즐겁고 의미있는 시간이였답니다.
아래는 '망세책'의 이끔이이자 북토크를 기획/진행하신 활동가 봄밤님의 후기입니다. 
 
 
<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 망세책 북토크에서 “화숙”을 만난 이야기
 
처음 화숙을 만난 건 작년 안산에서 열린 또다른 북토크였다. 처음 책 제목을 들었을 때, 느낌이 이미 강렬했다. “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
그런데... 직접 만나보니, 책 제목보다 훨~~씬 더 강렬한 것은 바로 당사자, 화숙이었다. 정말 에너지가 가득한 사람이란 걸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 에너지가 뿜뿜 솟구쳐 그 자리에 있던 나도 쏟아지는 에너지를 가득 느낄 수 있었다. 살아온 이야기 자체가 임파워링이었다. 얘기는 또 어찌나 재밌는지 말 그대로 빠져들었는데, 들을수록 궁금한 것이 계속 생겨나는 놀라운 이야기들이었다. 난 이미 그 때부터 이 에너지와 임파워링을 남함페와 망세책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더랬다.
 
화숙의 이야기에서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 관계의 양식을 버리고 새로운 장으로 나아가려 할 때의 그 생생한 장면들이었다. 내가 친밀한 사람들과의 관계 양식을 바꾸려 할 때, 그들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나 역시도 페미니즘을 만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재편되고, 당연하게도 관계성 역시 변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때 많은 위기가 왔었다. 나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과 함께 갈 수 있을 것인가, 기다리고 노력하면 그들 역시 변화될 수 있을 것인가? 화숙의 이야기 속에는 딸, 아들, 남편, 엄마와의 관계성의 변천사가 곳곳에 그려지고 있는데, 무엇보다 엄마와의 관계가 정말 놀랍다. 책에서 딸, 아들, 남편은 변화의 모습이 조금씩 나타나지만 화숙과 엄마와의 관계는 오히려 거리가 생기는 것으로 보여졌었고, 책 속의 엄마는 끝까지 정서방(화숙의 남편)만 챙기는 분이었다. 하지만 책이 출판된 후, 화숙의 책을 다 읽으신 엄마는 화숙에게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라”며 큰 응원을 보내는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놀라운 감동과 함께 글의 힘, 화숙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다.
 
이렇게 화숙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무언가 지금까지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어떤 길들에 대한 가능성이 나에게 다가오는 기분이 든다. 왜 그런거 있잖은가? 이렇게 사는 사람을 단 한 번도 만난 적도 들은 적도 없으면 그 길을 가기가 너무너무 어려워 보이는데, 단 한 명이라도 그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이 있음을 아는 순간 느껴지는 그 번쩍임. 나도, 나도, 한걸음 한걸음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은 그 가능성에 대한 열림. 나는 페미니스트로서,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하여, 몸에 대하여, 관계에 대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얘기해주는 화숙이 정말 반갑다. “이런 시도를 해봤고, 앞으로도 또 여러 가지를 해볼꺼야”라고 말하는 화숙에게 너무 감사하다. 당신이 길을 걸어가는 모습 자체에서 누군가는 용기와 위로를 가득 받고 있다고, 다음 책과 다음 만남을 기대하며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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